바야흐로 데이터 활용의 시대다. 지난 1월9일 ‘데이터3법’으로 분류되는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하면서 데이터 활용의 물꼬가 트였다.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가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정보보호 문제도 이제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시점이 됐다. 데이터3법 개정안, 또 이로 인해 생길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지난 1월9일 통과된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은 데이터 경제의 물꼬를 틀었다. 꾸준히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해오던 흐름에서 벗어나 데이터 활용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는 게 데이터3법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다.

자연히 데이터 활용도가 높은 정보기술(IT) 업계에 관심이 모인다. 국내에서도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엿보인다.

전통적인 IT업계만 데이터 활용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금융, 유통 등 산업 전반에 IT 기술이 접목되고 있는 추세다. 데이터3법을 계기로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변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금융권 디지털 전환 가속화=데이터3법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금융권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사들이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 ‘데이터 거래소’를 3월 내 출범한다. 데이터3법 개정법이 시행되는 8월5일 전까지 ‘익명정보’를 거래하며 시운전을 할 방침이다.

금융업계는 데이터3법 통과를 학수고대해온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다. 데이터3법이 통과함으로써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재창조, 데이터를 이용한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등이 기대된다.

데이터3법 통과로 금융당국이 주도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정책에도 힘이 실린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데이터의 용도를 결정하고 직접 활용 또는 제3자 공유를 허용하는 형태다. 금융, 통신을 시작으로 의료, 에너지,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범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와 함께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라는 새로운 시장 창출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이 정보를 관리하고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개인의 데이터 활용을 지원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획득한 기업에게 맡긴다는 계획이다.

또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나 청년 등이 제도권 밖의 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등의 ‘신용거래 데이터 미비자(씬 파일러)’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똑똑해지는 AI··· 삶을 더 풍요롭게=데이터3법으로 힘을 얻을 대표적인 신산업은 인공지능(AI)이다.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도 AI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네이버에서 개최한 개발자 컨퍼런스 ‘네이버 데뷰’ 연단에 올라 “바야흐로 AI 시대”라며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민간이 한 목소리로 AI를 강조하는 중이다.

엄밀히 말해 지금 단계에서 논하는 AI는 ‘약(Weak) AI’다. 기계학습(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사람이 할 수 없는 수준의 계산과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서비스들로, 구글의 ‘알파고’나 IBM의 ‘왓슨’, 삼성의 ‘빅스비’, 애플의 ‘시리’, 페이스북의 ‘딥페이스’ 등이 그 예다.

머신러닝은 기본적인 규칙만 주어진 상태에서 입력받은 정보를 활용해 스스로 학습하는 AI 기술이다. 보다 많은, 양질의 데이터가 주어질수록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때문에 데이터의 활용을 늘리는 데이터3법은 AI 기술 발전으로 연결된다.

이런 기술이 기존 산업계 전반에 활용된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서비스 혁신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율주행이다. SF 영화에서나 볼법한 자율주행은 비교적 근시일 내에 다가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년 뒤인 2030년이면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이라 예측했다.

언젠가는 제2외국어가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 인공신경망과 심층학습(딥러닝)을 이용한 번역 서비스는 단순히 문자를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광학문자인식(OCR) 기술과 결합해 사진 속 문자를 인식해 번역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음성인식·합성 AI와 결합한 실시간 통역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WHO보다 빨리 코로나19 예고한 AI 스타트업 ‘블루닷’=세계보건기구(WHO)보다 빨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을 경고한 캐나다의 AI 스타트업 ‘블루닷’은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바람직한 사례 중 하나다.

블루닷은 자사 서비스 고객들에게 지난해 12월31일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해 서울, 도쿄, 홍콩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알림을 보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1월6일, WHO가 1월9일 발표한 것에 비해 한참이나 빠른 예고였다.

이는 데이터와 AI의 힘이다. 블루닷의 AI 알고리즘은 자연어 처리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15분마다 65개국의 질병과 관련한 뉴스, 정부 발표문, 의료 전문 포럼·학회 홈페이지 게시물, 관련 기관 보고서, 전문가 블로그 포스트 등을 수집·분석한다. 또 수집·분석된 데이터를 전염병 전문가가 추가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데이터와 AI, 전문가의 역량이 결합했기에 가능한 예측이다.

데이터 활용의 순기능은 전염병 예측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사진·영상을 의사가 육안으로 살피는 것보다 높은 정밀도로 분석하는 AI 기술이 등장한 상황이다. 데이터 활용 폭이 넓어짐으로써 정밀의료, AI 진단 등은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데이터3법을 계기로 원격의료를 비롯한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와 의료혁신의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코로나19로 원격의료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된 만큼 전향적인 도입은 아니더라도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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