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반도체 회사들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와 반도체 설계(팹리스), 둘을 합친 종합반도체업체(IDM), 반도체 조립·테스트 아웃소싱(OSAT) 등이다.

IDM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이 있다. 반도체를 설계하기도, 생산하기도 하는 업체다. 파운드리 업체는 TSMC, SMIC, DB하이텍 등이 있다. 이들은 팹리스 업체인 퀄컴, 애플 등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칩을 만든다. OSAT는 패키징, 테스트 등 후공정 분야를 대신해주는 업체다.

이 가운데 팹리스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말 그대로 반도체를 설계하는 만큼, 기본이자 핵심이다. 미국 업체들이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강세다. 반면 반도체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은 시장점유율 1% 내외다. 메모리 위주의 산업 구조가 만든 결과물이다. 1990년대 중후반 벤처 투자 열풍과 함께 여러 팹리스 기업들이 생겼지만, 현재까지 남아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 이들을 ‘1세대 팹리스’라 부른다.

1세대 팹리스 중 주목받는 업체는 앤씨앤의 자회사 넥스트칩이다. 1997년 설립돼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 사명을 앤씨앤으로 바꾸고, 넥스트칩은 자동차 사업부문으로 물적분할한 회사가 됐다. 앤씨앤은 기존 영상 보안 사업부문을 맡는 모회사이자 상장사다.

지난해 정부에서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강조하면서, 넥스트칩이 조명받았다. 넥스트칩은 영상 처리 기술에 특화된 회사다. 고해상도 폐쇄회로TV(CCTV), 아날로그 카메라 등을 위한 반도체를 설계한다. 전 세계 카메라 10대 중 2대에 넥스트칩 반도체가 적용될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현재 넥스트칩이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전장용이다.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 차량용 카메라에 탑재되는 영상 처리 반도체(ISP·Image Signal Processor)를 생산 및 개발 중이다. 최근 경기도 성남 본사에 만난 넥스트칩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는 배타적이다. 오랜 기간 테스트를 거쳐야 하고, 납품하기 어려운 분야”라며 “넥스트칩 역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첫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ISP는 이미지센서와 한 세트다. 이미지센서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면, ISP는 이를 영상 신호로 변환한다. 영상을 만들어내는 파트너인 셈이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차량용 이미지센서와 ISP를 모두 공급하는 옴니비전이 있다. 두 제품은 유사한 듯 다른 기술을 요구, 각각 다른 업체가 공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넥스트칩(ISP)은 온세미컨덕터(이미지센서)와 공동으로 납품하고 있다. 소니 등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에 강세를 보이는 업체들과도 협업을 준비 중이다.

넥스트칩이 개발 완료한 제품은 풀HD(FHD) 카메라 ISP다. 광각 보정 기능(LDC)과 FHD 센서까지 지원하는 고성능 금속 산화막 반도체(CMOS) ISP다. 차량용 리어뷰 카메라에 활용된다. 국내 대형 완성차업체 납품하고 있다. 특히 강조하는 제품은 ‘아파치(APACHE)’ 시리즈다. 센싱 솔루션 제품으로 자동차, 보행자, 도로 등을 검출한다. 최신 제품은 아파치4로, 자율주행 3단계 수준이다. 국내외 고객사들이 해당 제품 도입을 검토 중이다.

다음 버전인 아파치5도 개발이 한창이다. 연내 개발 완료가 목표다. 아파치4와 달리 인공지능(AI)을 적용, 진보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및 자율주행 구현이 가능하다. 헝가리 AI모티브의 딥러닝 기술을 투입, 일본 대형 완성차업체와 계약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칩 관계자는 “AI모티브의 AI 알고리즘이 해당 일본 업체의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르게 고객사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향후 넥스트칩은 ISP 기술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센서 데이터 융합 처리도 가능한 아파치6도 준비하고 있다. 넥스트칩 관계자는 “이미지센서에 강세를 보이는 업체들이 있지만, 차량용 ISP를 만드는 건 다른 문제”라면서 “앞으로 이미지센서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거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관련 사업은 자율주행 시장 흐름에 맞춰 2023년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2024년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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