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이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간 합병도 마무리 됐다. 두건의 대형 인수합병(M&A)은 단순한 기업간 결합을 넘어 국내 미디어 산업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수년간 진통 끝에 마무리된 유료방송 M&A가 국내 미디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난해 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이어 올해 초에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이 이뤄졌다. 케이블TV 1~2위 사업자가 IPTV 2~3위 사업자에게 M&A 된 것이다. IPTV가 등장한지 10여년만에 유료방송 지형이 케이블TV에서 IPTV로 바뀌게 된 것이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 합병을 불허할 때만해도 한동안 국내에서 미디어 기업간 M&A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 빅뱅에 공정위도 태도를 바꾸었다. 방송의 공공성은 유지하면서도 인수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조건을 붙여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불허에서 조건부 인수·합병까지=2016년 7월 18일 공정위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이 유료방송, 이동통신 소매시장 및 도매시장 등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며 기업자체를 금지했다.

당시 공정위는 기업결합이 되면 CJ헬로의 23개 방송권역 중 21곳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했다. 유료방송 시장이 권역에서 전국단위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었지만 공정위 판단은 달랐다. 케이블TV 권역을 기준으로 한 판단은 이후 공정위에게 족쇄가 됐다. 공정위 기준으로 할 경우 통신사와 케이블TV 결합은 경쟁제한을 피할 수 없다. 즉, 통신사의 케이블TV M&A길이 원천적으로 막힌 것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대형 미디어 기업간 결합, 국내 시장에서 외국 미디어 기업의 급성장하며 국내 미디어 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것이 돌파구가 됐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가 M&A에 영향을 미치는 지리적 시장 획정에 대해 전국 기준을 강화했다. 특히, 저가 케이블방송상품 8VSB를 별도의 시장·상품으로 구분하면서 공정위가 기존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줬다.

결국 공정위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과거와는 달리 이용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만을 남겼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과거와 다르게 디지털 중심으로 개편되며, 유료방송 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유료방송시장이 급속하게 변하고,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방송 공공성 유지하면서 미디어 산업 활성화=유료방송 M&A의 최종 승인 부처는 과기정통부이다. 과기정통부는 예전에도 불허 계획은 없었다. 미디어 시장의 재편은 불가피한 수순이고 그렇다면 이 기회를 통해 전체 미디어 산업의 질적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철학이었다.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대해 여러 조건을 부과했다. 방송의 지역성 강화, 공정경쟁, 시청자 권익보호, 방송‧미디어 산업 발전, 상생협력 등을 위해 필요한 승인조건을 부과했다.

최대 쟁점사안이었던 CJ헬로 알뜰폰 분리매각은 고심 끝에 도매대가 인하 등 알뜰폰 산업을 활성화 하는 방향으로 최종 결론냈다.

과거 미래창조과학부는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합병을 추진할 당시에는 분리매각을 진지하게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3위 사업자이고 승인을 계기로 전체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등 산업 활성화를 선택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준의 조건이 부과됐다. 방통위의 사전동의도 이용자 보호, 방송공익성 부문에 대해 일부 조건이 더 붙여졌다. 큰 틀에서 인수합병의 취지가 훼손될 수준의 조건은 붙지 않았다.

사업자들은 투자로 화답했다.

SK텔레콤과 합병법인은 향후 5년간 콘텐츠 투자에 4조621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과거 5년간 투자에 비해 78.9% 늘어난 규모다. 케이블TV에 8937억원, IPTV에 2조2434억원, OTT(웨이브)·모바일 기반 콘텐츠에 92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도 향후 5년간 각각 2조6723억원, 1조1239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LG 두 그룹을 합치면 앞으로 콘텐츠 제작 등에 투입될 금액은 7조8583억원에 이른다. 자칫 가입자 유치경쟁으로 확산될 수 있는 M&A를 콘텐츠 투자 및 전체 미디어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실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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