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과시 대신 삶의 변화 전달 주력…마이크로LED·8K TV 경쟁 본격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권하영기자] ‘CES2020’이 폐막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부터 10일까지(현지시각) 진행했다. 신제품 발표회와 프레스컨퍼런스를 포함하면 5일부터(현지시각) 6일의 여정이다. CES는 정보통신기술(ICT) 최대 전시회다. 전자회사부터 자동차회사까지 참여 기업 범위가 다양하다. 올해는 항공사도 나왔다. 국내 기업도 그렇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현대자동치 두산 등 다양한 업종이 CES의 문을 두드렸다.

CES2020을 관통하는 주제를 찾기는 힘들다. 굳이 꼽자면 ‘경험’이다.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이 우리 삶을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소개했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LED)TV ▲SK하이닉스 반도체 솔루션 ▲현대차 플라잉카 등 역시 우리의 경험을 바꿀 제품이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 김현석 대표는 개막 기조연설에서 2020년대를 ‘경험의 시대’로 규정했다.

AI는 각종 제품과 서비스에 녹아들었다. TV 생활가전 로봇 자동차 대부분 업체는 신제품에 AI가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이전보다 편리한 생활을 약속했다. 누구나 AI를 말했지만 수준은 천차만별이었다.

김 대표는 “AI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대학원 논문도 AI였다. 1990년대 말 퍼지이론이 유행했다. 그것도 AI라고 했다”라며 “현재 AI는 경험을 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기술을 일컫는다. 업체 기술격차는 여기서 생겼다고 보면 된다”라고 지적했다. LG전자 최고경영자(CEO) 권봉석 사장은 “AI 발전은 4단계가 있다. ▲효율화 ▲개인화 ▲추론 ▲탐구 4단계다. 지금은 1단계 또는 2단계 초입이다. 2단계부터 업체별 차별화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5G·빅데이터·클라우드·IoT 등을 그 자체로 강조한 곳은 드물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인프라기 때문이다. 각종 기기가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를 인터넷으로 공유하는 것이 IoT다. 데이터가 많아진 것이 빅데이터다. 많은 데이터를 한 곳이 아닌 분산 저장하는 것이 클라우드다. 제때 저장하고 제때 찾으려면 5G가 필수다. 사람이 이를 다 제어하기는 어렵다. AI가 필요한 이유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한국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 협력을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손을 잡는다.

오므론 소니 파나소닉의 시연이 눈길을 끌었다. 일본 업체다. 3곳 모두 탁구를 들고 나왔다. ▲카메라 ▲센서 ▲AI 기술과 실시간 통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오므론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관람객과 로봇이 탁구를 쳤다. 공의 움직임에 로봇이 실시간 반응한다. 소니는 2명의 선수가 탁구를 치면 각 선수의 자세를 분석해 화면으로 보여준다. 이 자세와 공의 궤적은 가상현실 캐릭터로 전환해 이용할 수 있다. 탁구는 사람이 치는데 화면에는 게임 캐릭터가 등장하는 식이다. 파나소닉은 관람객끼리 탁구를 칠 수 있도록 했다. 공의 궤적과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실시간 8K 프로젝터 중계에 반영했다. 제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 변화를 그려볼 수 있다.

CES의 흐름처럼 전자업계의 자동차로 진군은 거대한 물결을 만들었다.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소니가 자동차 본격 공략에 나선다. 소니 CEO 요시다 켄이치로 사장은 “지난 10년 동안 모바일이 우리 생활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면 앞으로의 메가트렌드는 모빌리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모빌리티 이니셔티브 ‘비전-S’를 발표했다. 소니 기술을 집약한 프로토타입 자동차다. 자동차 제조사의 협력사가 아닌 경쟁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췄다. 퀄컴은 자동차용 플랫폼 ‘스냅드래곤 라이드’를 공개했다. 자율주행 레벨1부터 레벨5까지 제공한다. 상반기 자동차 제조사 및 티어1 공급업체와 개발에 착수한다. 적용한 자동차는 2023년 만날 전망이다. GM과 손을 잡았다.

제품 측면에서는 삼성전자가 TV 변화를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까지 13년 연속 TV 1위다. 삼성전자는 ‘CES2018’에서 마이크로LED TV 상용화를 ‘CES2019’에서 초고화질(8K)TV 대중화를 선언했다. CES2020에서 마이크로LED와 8K TV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TV업체 얼굴마담 역할을 했다. LG전자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올레드)TV 진영에 빼앗겼던 화제성을 되찾았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전시장 앞 올레드 조형물이 여전히 관객의 발길을 잡는데 성공한 것이 위안이다. ‘CES2021’에서 반격카드가 궁금하다.

생활가전은 ‘경험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삼성전자가 ‘CES2016’에서 첫 선을 보인 패밀리허브 냉장고가 대세가 됐다. 처음에는 ‘냉장고에 화면이 왜 필요하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누가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하는지’ 경쟁이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식물재배기’ 시장성을 타진했다. 삼성전자는 ‘신발관리기’도 내놨다. 의류관리기처럼 확산에 성공할지 관심사다.

작년 벨이 전시해 인기를 끌었던 플라잉카는 현대차까지 2대로 늘었다. 벨은 실제 탑승해볼 수 있게 땅에 뒀지만 현대차는 하늘에 매달았다.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하늘에 매달린 플라잉카는 거대함 탓에 상용성에 의문을 줬다. 크기를 감안하면 기존 교통수단과 계류장을 공유하기 어렵다. 하향풍은 헬리콥터 못지않아 보였다. 벨은 소형 드론으로 이용사례를 제안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가며 옥상 헬리포트에 내렸다. 현대차는 동영상으로 비슷한 사례를 상영했다. 헬리콥터와 다르지 않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주목을 기대를 받은 것은 존 디어의 ‘8RX 트랙터’다. 실물의 크기는 전시장을 압도했다. 대단위 농장에서 사용한다. 운전자는 코스만 고르면 된다. AI가 이용자가 선택한 코스에 맞춰 운전한다. 날씨와 경작지, 농작물 상태에 맞춰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CES2020’ 혁신상을 받았다. 두산도 첫 출전에도 불구 두각을 나타냈다. 두산의 수소전지 드론은 ‘CES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드론의 비행시간과 크기는 사실상 배터리가 좌우한다. 두산 ‘수소전지 드론’은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크기는 기존 대형 드론과 유사하다.

빛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 데이터를 어떻게 다뤄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업계는 데이터 규제 해소에 목소리를 높였다. 데이터가 많아야 AI를 고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편의는 누리고 싶지만 데이터 이전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CES를 주최하는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는 지난 7일(현지시각) 사생활 침해를 주제로 원탁회의를 열었다. 제인 호바스 애플 글로벌 개인정보보호 담당 수석 이사와 페이스북 최고 프라이버시 책임자 에린 에건 부사장이 토론했다. 양사는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데이터만 수집한다고 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서비스 업체와 달리 제조사는 온디바이스 AI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데이터는 이용자에게 사용하는 바로 그 기기에서만 다룬다. AI는 제한된 이용자의 데이터만 흡수해 학습하고 발전한다.

삼성전자 김현석 대표는 이에 대해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집집마다 서버를 두고 자기 데이터는 집안에만 두는 엣지컴퓨팅 시대가 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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