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CA와 시만텍 등 글로벌 SW(소프트웨어)기업을 인수한 브로드컴이 올해 국내시장에서 SW 유지보수료율 등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무선 통신용 반도체 솔루션을 주력으로 하는 브로드컴은 지난해 경쟁사였던 퀄컴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되자 2018년 11월 CA테크놀로지스, 지난해 8월에는 보안업체인 시만텍 기업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소프트웨어(SW)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시만텍코리아의 경우, 2019년 12월 말을 기점으로 2명의 엔지니어만 남긴 채 사실상 한국 지사를 철수했다. 돈이 안된다고 판단되는 고객은 미련없이 잘라낸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브로드컴 측이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 고객 전담 엔지니어 2명에게 영입 제안(오퍼)을 했으며, CA와 마찬가지로 브로드컴 한국 지사에서 근무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브로드컴은 최근 CA와 시만텍의 한국 총판 등 파트너에 제품 및 유지보수요율의 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CA의 경우, 이미 일부 고객사에 2020년 1월부터 유지보수요율 10% 인상을 알렸다.

시만텍 국내 파트너 관계자는 “브로드컴이 시만텍과 CA 제품에 대한 가격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며 “1월 중 관련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에 그동안 제공해 온 할인 정책을 없애는 한편, 신규 고객에는 인상된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을 받겠다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한 타격은 중소기업이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로드컴, 고객신뢰 무시... 일방적 철수 통보 = 최근 브로드컴의 행보가 시장에서 비판받는 이유는 고객의 신뢰는 아랑곳없이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이익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중국계 IT기업의 특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브로드컴은 5G시장 확대를 겨냥해 국내 통신장비 분야에서의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브로드컴이 보여준 행태를 볼때 앞으로 국내 고객들이 통신장비시장에서 과연 어느정도의 신뢰를 보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서 브로드컴은 지난해 8월 시만텍 기업 사업부 인수를 완료한 이후, 영업과 마케팅, 일반 및 관리 기능을 줄여 1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혹 탄 브로드컴 CEO는 투자자들에게 “시만텍 제품을 글로벌 2000조직에 판매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중소·중견기업과의 사업은 덜 끈적거리는 경향이 있고, 밝고 반짝이는 물건(less sticky and bright shiny objects)이 매력적”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브로드컴은 최근 시만텍 엔터프라이즈 사업부 중 사이버 보안 서비스 사업 부문을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액센츄어에 매칵키로 결정했다. 시만텍 사이버 보안사업부는 미국, 영국, 인도,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 6곳에 위치한 보안 운영 센터와 300여명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매각은 과도한 투자 없이도 수익성 높은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려는 혹 탄 브로드컴 CEO 전략의 일부로서, 그의 계획에 맞지 않는 부품(Component)은 빠르게 퇴출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수익성이 높은 시만텍의 핵심 분야만 남겨놓고 비용 투입이 필요한 분야는 매각함으로써 투자 차익을 보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선 인수 이후 브로드컴의 일방적인 지사철수 및 가격 인상이 국내 파트너 및 고객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장 기술지원 등은 유지되겠지만 일관된 원칙 없이 일방적인 가격 인상이 예고되면서 이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답지 않게 고객과의 신뢰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인수기업의 지적재산권(IP)을 최대한 활용해 수익을 내는 데만 집중하고 있으며, 이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많은 파트너와 고객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로드컴, 세계 통신장비 시장서 독소조항 남발로 경고받아 = 브로드컴은 최근 유럽연합(EU)으로부터 독점권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하지 말 것을 요구받았다. 

브로드컴과 거래하는 6개 TV 셋톱박스, 모뎀 제조업체에 (브로드컴의) 경쟁업체로부터 통신칩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계약 조건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독점권, 리베이트 조항은 반경쟁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진행하는 5세대 이동통신(5G) 반도체 시장 불공정행위 감시에 브로드컴이 첫 조사대상이 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위는 특정 업체를 지칭하지 않았지만 브로드컴의 EU 사례가 있는 만큼, 5G 반도체 시장에서도 경쟁사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기업을 적발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브로드컴은 기업 네트워크 칩 제조분야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회계연도(2017년 12월~2018년 11월) 브로드컴은 208억4800만달러(한화로 약 24조원)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중 41%가 유선 인프라(셋톱박스 모뎀, 이더넷 라우터, 스위치 등), 31%가 무선통신(스마트폰용 반도체, 와이파이 칩셋), 23%가 서버 접속용 반도체였다.

CA 인수가 완료된 2019 회계년도에는 전년 대비 8% 늘어난 225억9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반도체 솔루션 매출은 2019 회계년도 4분기 기준 45억5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 감소한 반면, CA 솔루션이 포함된 인프라스트럭처 소프트웨어 분야는 2배 이상(134% 증가) 늘어난 12억달러를 기록했다. CA 솔루션 판매에 대한 이익을 극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인프라스트럭처 소프트웨어 분야는 브로드컴 전체 매출의 21%를 차지했다.

또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비주력인 무선주파수(RF) 반도체 사업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번 매각 결정도 핵심 사업을 반도체에서 SW로 전환하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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