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미디어 정책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유료방송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세 등 지각변동에 대처하려면 국내 미디어 시장의 역차별과 규제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18일 자유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회와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 전반기 미디어 정책평가 및 신문·방송·통신·OTT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미디어 전반의 변화를 살피고 정부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수 나왔다.

발제자로 참석한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정부가 출범 2년 반이 지났음에도 망 중립성과 관련해 명확한 정책 기조를 설정하지 못한 탓에, 망 이용대가나 제로레이팅 등 국내외 사업자 간 갈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미국 트럼프 정부는 망 중립성 원칙을 폐지했고, 유럽연합(EU)은 구글세 도입을 논하고 있는데, 한국은 그저 관련법 간 충돌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면서 “망 이용대가 문제는 단순히 찬반으로 접근해선 안 되며 글로벌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OTT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당부했다. 성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가 연간 1000억원 이상 적자를 내고 유료방송도 코드커팅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단순히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할 게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무거운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성 교수는 최근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 간 인수합병을 조건부 승인한 공정거래위원회를 긍정 평가하면서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전략적 협력 사례에서 보듯, 통신과 플랫폼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한 인수합병이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국내 미디어 시장이 정부의 정책 실종 속에 정치화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 교수는 “시장과 산업의 변화와 무관한 규제가 굉장히 많아졌고, 겉으론 규제 형평성을 말하면서 오히려 균형되지 못한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언론과 포털의 가짜뉴스 논란이 현 정부의 자발적 통제 시스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경제적 지원과 인허가 제도에 따라 언론이 스스로 자기검열 하는 자발적 통제 구조로 가고 있다”면서 “지상파, 종편 등 뉴스를 다루는 채널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다 보니 뉴스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졌고, 그 결과 가짜뉴스가 많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대체로 국내 미디어 정책 부재를 지목하면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지성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G 시대 고유 네트워크를 가진 한국에서 마구잡이 규제를 해선 안 된다”면서 “OTT 영역도 방송과 유사하게 규제하게 되면 과잉 규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 교수는 방송의 범위를 ‘범용인터넷망기반방송’이라는 명칭으로 확대해 넓게 인정하고, 방송규제에 적용되는 범위는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이사는 “국내 포털업체들이 글로벌 사업자와의 역차별을 거론하면서 오히려 규제를 피하는 측면도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역차별 문제가 있다고 해서 국내 포털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면제가 되지는 않는다”면서 “포털은 형식적 규제 외에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어 합리적인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상권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총괄과장은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OTT 서비스는 글로벌 기업이 자연스럽게 시장에 진입할 수밖에 없는데 거기서 기존 미디어 사업자와의 공정 경쟁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물리적으로 사업장이 한국에 있지 않은 외국 기업을 사실 조사하거나 컴플레인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OTT는 왓챠플레이 등 국내 벤처도 들어와 있는 시장인 만큼 신규 사업을 활성화해야 하는 역할도 요구된다”면서 “기존 규제 프레임을 새로 등장한 사업자에 그대로 적용해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틀을 부여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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