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우리은행은 지난해 IT부문에서 치욕스러운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2년동안 개발한 차세대전산시스템(WINI) 개통이 한 차례 연기됐고, 또 그렇게 3개월 가량 연기돼 오픈했던 시스템 마저 초기에 장애를 일으키면서 적지않은 고객 불편을 초래했다. 경쟁 은행들로부터 ‘워리(worry)스럽다’는 냉소를 들어도 사실 할 말이 없었다. 

그로부터 1년6개월이 지났다. 

이 과정에서 ‘절치부심’(切齒腐心)이라고 표현할만큼 우리금융그룹은 IT부문에서 치열한 내부혁신을 진행해왔다. 물론 그 혁신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며, 시한이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금융그룹은 가장 먼저 IT조직부터 재정비했다. IT부문에 대한 큰 폭의 조직개편을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을 정상화시킨뒤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은행 IT조직과 우리에프아이에스(FIS)의 개편, 그룹 차원의 IT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등 전방위적인 조직 혁신에 나섰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초, 우리FIS 신임 대표로 이동연 사장(사진)이 임명됐다. 이동연 대표는 ‘비 IT전문가 그룹’으로 분류되지만 우리은행내에서 손꼽히는 전략 기획통 출신이다. 일반적으로 은행권에선 큰 폭의 혁신이 요구될 때, IT관련 조직의 수장으로 '비 IT출신의 전략가'를 투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당시 인사가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어 올해 4월에는 또 한번의 ‘파격’이 가해졌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동연 우리FIS 사장을 우리은행 CIO(최고정보화담당임원. 부행장급)에 겸직시킨 것. 

현재 국내 금융지주사 체계에서 은행 CIO와 IT계열사 대표를 겸직시키고 있는 곳은 우리금융그룹이 유일하다. 우리은행과 우리FIS 조직을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이도록 함으로써 IT혁신의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기위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초강수였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금융그룹의 IT혁신은 어느정도 성공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금융그룹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이에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혁신의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내부적으로 크게 고무돼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혁신의 성과, 의미심장한 변화들 = 우리은행은 차세대시스템 가동 1년째에 접어든 올해 5월 의미심장한 기록을 세웠다. 은행 출범 18년만에 처음으로 월간 전산장애율 제로(0)를 기록한 것이다. 

사실 겉으로 나타나지 않을뿐이지 국내 은행권의 전산시스템은 그 크기의 방대함과 복잡성 때문에 이러저런 소소한 장애가 상시적으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더구나 IT 비중이 급격하게 커질수록 전산리스크도 동시에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5월에 이어 8월에도 ‘월간 완전 무장애’를 기록했다. 이 같은 무장애는 소가 뒷걸음질하다 쥐를 잡듯 어쩌다 한 번 우연히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우리은행 IT인프라 관리 체계가 지난 1년새 완전히 한 단계 이상 올라섰으며, 넓게는 차세대시스템 트라우마를 완전히 떨쳐냈음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우리은행의 IT인프라 운영은 IT아웃소싱 계약을 통해 우리FIS가 전담해왔다. 우리FIS는 우리은행 전산시스템 운영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장애 요인이되는 500개 리스트를 파악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관리했는데 이같은 노력은 ‘완전 무장애’라는 고품질 IT운영의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올해 9월 추석연휴, 금융 트랜잭션이 급증하는 시기에도 우리은행은 문제없이 대량 거래를 수월하게 넘겼다. 

이어 지난달 30일, 전국 주요 은행들을 중심으로 시작한 오픈뱅킹서비스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같은 성과가 우연히 나온것은 아니다. 안정적인 오픈뱅킹서비스를 위해 우리은행은 가용 전산자원의 20%을 할당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했다. 

우리금융은 오픈뱅킹외에도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를 통한 업무 혁신, AML(자금세탁방지시스템)의 그룹 계열사 공동대응 전략 등 올해 핵심적인 IT 현안들에 있어서도 주목할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 클라우드센터로 진화’…우리금융그룹 SSC 전략 재평가 = 올해 우리금융그룹의 IT전략에서 가장 눈여겨봐야할 것은 ‘그룹 공동클라우드 전략’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초, 우리금융그룹은 ‘그룹 공동 클라우드’를 도입 계획을 공식화했다. 2020년부터 우리은행을 포함한 그룹 계열사들은 클라우드(Cloud)방식을 통해 그룹내 IT자원(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을 공유함으로써 IT운영 비용을 줄이겠다는 게 핵심 골자다. 계정계시스템 부문을 제외한 전업무를 이같은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금융권에서는 가장 진화된 형태의 클라우드 모델이다.

현행법상 금융회사는 ‘물리적 망분리’의 엄격한 적용을 받기 때문에 동일 그룹 계열사라고 하더라도도 IT 자원의 공유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금융그룹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비조치의견서’를 받아 이를 극복했다. ‘비조치의견서’는 혁신성이 요구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기존 규정의 예외를 인정해주는 일종의 '규제 샌드박스'로, 우리금융그룹은 향후 ‘논리적 망분리’를 통해 그룹 IT 자원의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특히 우리금융그룹은 우리FIS를 그룹의 ‘IT SSC(Shared Service Center, IT통합지원센터)’로서 그룹 공동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향후 우리FIS의 위상 제고에도 큰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FIS 입장에선 그동안 그룹 계열사들이 위탁한 IT 아웃소싱을 담당했던 그룹내 IT자회사라는 수동적 위치에서 벗어나 그룹의 혁신을 주도하는 클라우드 센터로써 능동적인 역할로 확대 재편될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IT인프라의 급격한 확장과 그에 따른 IT 비용 급증은 현재 국내 금융권이 직면하고 있는 공통적인 과제다. 

이 때문에 금융 IT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권에선 SSC 전략을 거의 20년간 정착시켜온 우리금융그룹이 앞으로 IT경쟁력에서 의미있는 차별화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우리금융그룹처럼 IT자회사를 통한 ‘그룹 공동 클라우드센터’ 전략이 가능하려면, 그에 앞서 기존 계열사들이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IT관련 조직을 대폭 축소시켜 IT자회사로 통합해야하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재 거의 대부분의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아직 이러한 시도조차 이뤄지지 못한 단계다.    

이동연 우리FIS 대표겸 우리은행 CIO (사진:우리금융지주)

◆약점이었던 IT조직의 경직성… 이동연 대표 “틀을 깨겠다” 각오 =
그동안 우리금융그룹 IT부문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 조직문화’였다.  무겁게 내려앉은 안개처럼 답답함이 있었다. 과거 우리금융 IT조직을 경험했던 사람들이라면 공감했던 부분이다. 

우리은행 (갑)과 우리FIS (을)의 문화가 오랜시간동안 고착되면서 불필요한 프로세스가 얹혀지고, 소통은 갈수록 엷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내부 직원들의 자발성과 역동성이 떨어져버리면 업계의 평균은 맞출 수 있어도 결코 혁신을 이끌어 나갈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직원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많아졌다. 아무래도 이같은 반전은 ‘우리FIS 대표와 우리은행 CIO의 겸직’이라는 파격적인 조직 개편이 효과를 보았다는 반증, 그리고 이동연 대표의 강력한 혁신 리더쉽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올해 우리FIS는 전반기 55명, 후반기 30명 등 총 85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IT부문 혁신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이동연 대표 체제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신입직에 지원한 인력들중 적지않은 수가 경력직원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그만큼 동종업계내에서 우리FIS의 평판도 크게 좋아졌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동연 대표가 현재 가장 관심을 갖는 대상은 ‘직원’이다.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그의 쏟는 관심사의 핵심이다. 직원들이 혁신적인 마인드로 무장해야만 치열한 IT혁신 전쟁, 클라우드 전략의 구현, 비즈니스 관점의 IT서비스 등이 가능하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IT서비스 응대를 잘해서 계열사로부터 칭찬을 받는 우리FIS 직들에게는 일일이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하고, 상품권을 선물한다. 지금은 상품권이 너무 많이 필요해져서 오히려 걱정일 정도가 됐다.  

이 대표는 최근 본지와 만나 “지난해 12월, 첫 부임했을 때 우리 직원들의 자질은 매우 뛰어나다는 데 매우 놀라웠다. 내 임무는 마치 애벌레가 탈각을 거쳐 나비가 되듯 고정된 틀속에 갇혀있는 직원들의 능력을 100%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우리금융그룹의 IT 혁신은 진행중이며, 오히려 향후 10년을 위한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룹 IT부문의 긴장감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동연 대표는 자신이 IT부문 중책을 맡은 것에 대해 “펄펄끓는 쇳물을 머리에 이고 가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전산이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룹 전체에 미치는 타격이 어마 어마하기 때문이다. 

그는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쇳물이 그대로 머리위로 쏟아지는 위험한 상황이다. 지금도 그런 절박한 심정이다. 그러나 쇳물이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면 그것은 50점이고, 궁극적인 것은 내가 원하는 틀속에 쇳물을 정확히 쏟아 부어야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100점”이라고 자신을 다잡았다.

이 대표는 “현재 내년 경영계획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우리FIS를 내년에 어떻게 가져가야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10년뒤에 우리금융을 결정짓는다고 본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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