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취임 후 첫 국정감사에 참석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각각 반도체·인공지능(AI)과 방송·언론 분야에서 노련한 전문가로 평가받아온 두 수장이지만 큰 기대만큼 아쉬움도 컸다는 평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지난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4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어 과기정통부 산하 출연연구기관들과 한국방송공사 국감을 거쳐 각각 18일과 21일 종합감사까지 마쳤다.

이번 국감 기간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과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피감기관장으로 참석해 소관 업무와 정책을 점검받았다. 지난달 9일과 10일 각각 취임한 두 사람은 불과 한 달여 만에 여야 국회의원들의 질의와 질타가 쏟아지는 국감 시험대에 올라 진땀을 뺐다.

◆“5G 신경 써달라” 최기영 장관에 떨어진 ICT 주문=최기영 장관은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임된 인물이다. 지능형 반도체 전문가로서 지난 인사청문회 당시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등 경쟁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대부분 질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연구논문 특혜 의혹으로 점철된 가운데서도 학자 출신다운 국내 연구환경 개선 의지를 밝혔다.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추진을 비롯해 국가 연구의 산업화 지원 방침, 연구인력 부족 해소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전반적으로 일부 야당 과방위원들의 거친 질의에도 감정적 대응 대신 차분한 답변을 이어간 점도 눈에 띄었다. 포털 실시간검색어가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질문이 수차례 제기됐음에도 “자발적 실검 올리기는 하나의 의사 표현으로 봐야 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 외의 ICT 분야에선 이해도 부족이 드러났다. 특히 5G와 관련해선 여야 의원들로부터 “5G 정책이 소부장에 밀려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을 연달아 받았다. 화웨이 5G 장비 보안 우려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가 발언을 정정하기도 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문제와 완전 자급제, 유료방송 M&A 심사 지연 등 세부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대신한 가운데 최 장관은 대부분의 질의에 “검토해보겠다”는 기본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가짜뉴스 저격수’ 한상혁 위원장, 원론적 답변만=한상혁 위원장은 이번 국감 내내 ‘자격 논란’ 비판에 직면했다. 가짜뉴스 규제 방침으로 인한 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와 함께, 종합감사에서는 위원장 취임 후에도 진보 매체 변론을 맡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집중포화를 당했다.

한 위원장은 그러나 허위조작정보 근절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규제 방향과 수위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물러섰지만 근본적인 규제 방침은 철회하지 않은 모습이다. 취임 후 변론 의혹에 대해서도 “서류상 착오일 뿐”이라며 강하게 선을 그었다.

반면 방통위 국정감사가 가짜뉴스를 둘러싼 공방에 매몰되면서 상대적으로 ICT 현안에 대한 한 위원장의 답변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국감 내내 의원의 문제 제기와 피감기관장의 “살펴보겠다” 또는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되풀이된 양상이었다.

각각 4일과 21일 열린 방통위 국감에서는 프로듀스 엑스(X) 101의 문자투표 조작 의혹 논의를 비롯해 5G 품질과 불법보조금, 통신사 저가 요금제, 방송사 초고화질(UHD) 투자 미흡 등 시급한 현안들이 지적됐으나 이렇다 할 정책 방향은 제시되지 않았다. 가짜뉴스 저격수에 그치기보다 폭넓은 방송·통신 영역에서 구체적인 밑그림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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