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페이스북의 일방적인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해 발생한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한 법제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네트워크제공사업자(ISP)나 콘텐츠제공사업자(CP) 모두에게 책임을 지우는 한편, 합리적인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지난 8월 이뤄진 페이스북 사건의 판결에 대해서는 “합리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18일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페이스북 판결로 본 바람직한 이용자보호제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망제공사업자(ISP)나 인터넷 콘텐츠제공사업자(CP) 공동으로 이용자 보호책임을 가져야 하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재의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국현실 제대로 반영 못해…법원 판결 문제=지난 8월 2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행위 관련 이용자 불편을 인정하면서도, 이용의 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방통위의 판단근거인 민원증가, 접속지연, 트래픽감소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적용법 규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날 대부분 토론자들은 법원 판결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이용자피해가 발생할지 몰랐다는 페이스북의 주장에 대해서도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이용제한 해석을 굉장히 좁게 했다"며 "이용자 보호는 일반적 규범으로 누구나 지켜야 하는 것으로 이용자보호 관점에서 규제 집행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도 "망품질에 대한 기본적 책임은 ISP에 있지만 문제는 CP가 스스로 경로를 바꾸었고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다"며 "경로변경에 대한 책임은 CP가 져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 위원장은 "CP가 네트워크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라며 "그것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국내 통신3사의 미국 ISP 접속 지연속도와 시스코 자료, ETSI 권장사, ITU 권고사항 등을 판결의 근거로 활용했다. 하지만 국내 모바일 인터넷 속도의 경우 해외에 비해 월등한 품질을 자랑한다. 이번 사건에 제출된 응답속도(일평균 75ms)의 경우 국제기준에는 충족하지만 국내 이용자 입장에서는 약 2배 이상(LTE 36.35ms)의 지연이 발생한 것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우리 국민이 중요하지 미국 국민에 대한 판결은 아니지 않느냐"며 "법원의 해석상 부분에서 국내 인프라의 특성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도 "해외의 낮은 기준으로 국내 이용자가 겪은 불편이 현저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국내 인터넷 환경에 대한 이해부족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용자 이익 저해 현저성은 상대적 개념으로 특정 국제기준이 아니라 여러 상황을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문제점 지적이 이어지자 사회를 맡은 이성엽 고려대학교 교수는 "1심 판결을 내린 판사 귀가 가려울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다만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CP-ISP 모두 이용자 보호책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법원의 이용자 이익 저해 판단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박 총장은 "망 품질은 기본적으로 통신사가 관리하는 영역이지 CP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각자의 영역에서 그 역할에 맞는 이용자 보호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총장은 접속경로 변경행위에 대한 처벌조항 신설이나 추가적인 설비 등의 투자를 강제화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망품질 보장은 ISP-CP 공동 책임…이용자 제대로 보호하려면?=네트워크 품질 변화에 따른 이용자 피해에 대한 책임 부분에 있어서는 참석자 대부분 ISP와 CP 공동의 책임인 것으로 보았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CP도 인터넷 서비스 품질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그럼에도 망 품질 유지는 ISP의 의무라고만 하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주장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도 "인터넷 시장은 양면시장으로 ISP와 CP가 동시에 품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CP에 망 품질 유지에 대한 책임 부여가 없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효창 위원장은 "CP가 망품질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서비스 이용시 기술을 변경할때는 사전에 고지하고 통지를 의무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이용자 중심 규제의 집행력 강화와 합리적 규제체계 구축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규제실효성 확보를 위해 국내 대리인지적을 통한 피해구제 창구를 명확히 하고 해외 사업자의 자발적 국내 법규범 준수 참여를 촉진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국제공조체계를 강화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유연한 법해석 및 집행 또한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종관 전문위원은 "페이스북 같은 문제는 계속 발생할 수 있는데 문제는 기존의 금지행위 뿐 아니라 서드파티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이다"라며 "플랫폼 경제에서는 수익배분 뿐 아니라 책임분담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나 관련 기준을 보다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는 합리적 제도방안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김남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최근 논란이 된 인터넷상호접속제도에 대해 "인터넷 트래픽 교환과 관련해 새로운 질서를 부여한 것"이라며 "제도 개정으로 ISP가 CP에 접속대가 인상을 요구해 접속경로를 불가피하게 경로 변경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과장은 "현재 상호접속제도 연구반을 운영 중에 있으며 객관적 자료를 통해 연말까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국민을 볼모로 잡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었다"며 "1심에서 패했는데 본질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으로 다시 준비를 잘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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