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접속차단 정책 현황 및 과제’ 세미나 개최
- 방심위, 인터넷 콘텐츠 심의 기본 원칙 지키는지 검토 필요
- 합법 여부 강변보다 국민 동의 이끌어내려는 노력 선행돼야


[디지털데일리 이중한기자] 지난 2월 정부가 온라인 불법 사이트 차단을 위해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 차단 방식을 도입해 검열 논란이 일었다. 기존 DNS(Domain Name System)나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를 통한 서버 차단은 ‘http’만 가능했다. ‘https’로 시작하는 사이트는 URL 주소를 포함해 주고받는 데이터를 암호화해 정부 차단시스템에서 URL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SNI 필드 차단 방식은 서버가 사용자에게 SSL(Secure Sockets Layer) 인증서를 요청할 때 노출되는 서버 네임을 잡아낸다. SNI는 암호화되지 않은 평문으로 전송돼 ISP가 이를 인지할 수 있다. SNI를 통한 접속 로그가 확인돼 이용자가 어떤 사이트에 주로 접속하고 활동하는지 파악하는 용도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는 방식이라 문제될 게 없으며, 해외에 주소를 둔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업계는 방통위·방심위에 대한 기존 불만과 불신이 이 건을 통해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판단 기준이 모호한 데다, 행정기관이 불법 여부를 전적으로 판단할 자격이 있는지 자체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7일 국회입법조사처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인터넷 접속차단 정책 현황 및 과제’ 세미나가 열렸다.

오병일 진보넷 활동가는 2002년 헌법재판소가 '불온통신의 단속'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불온이 불법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바뀐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 여부는 정부 행정기관이 아닌 사법부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여전히 인터넷 행정 검열이 이뤄지는 것과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오 활동가는 이어 “무엇이 불법적인 음란물인지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방심위 등에서는 하나의 해프닝처럼 말하는 경우도 있으나, 지금까지 문제가 있었던 내용규제 시스템이 국민에게 터져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방심위는 기준을 알 수 없는 차단 판단으로 논란이 일으켰다. 지난 2015년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를 음란 정보를 유통했다는 이유로 차단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했다. ‘노스코리아테크’라는 외국인 기자가 북한의 정보통신기술 현황을 전달하던 사이트, ‘2mb18noma'라는 계정명으로 활동한 트위터 계정도 차단당했다.

오 활동가는 “리벤지 포르노 등 개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경우 신속히 차단해야 한다는 데 반대의견이 없다. 문제는 연출된 음란물이나 북한 동영상과 같은 경우”라며 “사실상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뿐더러 신속히 처리할 필요까지는 없는 케이스임에도 즉시 차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불법 여부가 신중히 이뤄지기보다는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접속차단은 매우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며 “해외 서버 사이트의 경우 일부 불법 정보가 있는 경우에, 삭제 조치를 명령할 수 없으므로 사이트 자체를 차단을 해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규정 제4조제1항은 인터넷 콘텐츠 심의 기본 원칙으로서 ‘최소규제의 원칙’, ‘공정성 및 객관성의 원칙’, ‘신속성의 원칙’, ‘개인정보 및 사생활보호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최 조사관은 “방심위는 심의규정에 명시된 이러한 규제 원칙을 어느 정도 준수해 심의를 집행하고 있는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며 “적어도 불법 정보에 대한 가장 강한 규제 방식인 접속차단의 대상이 되는 정보의 기준과 절차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보문화보호팀장은 기계적인 절차가 아니라 불법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 등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관련 법률과 규정에 따라 불법 정보 유통방지 등을 위한 법정직무를 성실히 수행한다”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의 확산, 저작권 침해사이트의 급증, 사이버 도박 중독 등과 같은 사회적 병폐를 최소화하고 건전한 정보통신 문화 창달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전혜선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윤리팀장은 “해외 서버의 불법 사이트는 폐쇄나 처벌은커녕 즉시 차단이 불가능해 디지털 성범죄, 저작물 유포, 도박 사이트 등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며 “불법 사항에 대해 법 집행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으나, 협의체를 통해 문제 사항들에 대해 반영하고 공론화해 가겠다”고 밝혔다.

지성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 권력 행사를 위한 근거로서의 법이 아니라 국민 동의를 위한 법으로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 교수는 “행정입법 주요 쟁점은 합법, 불법 여부보다는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라며 “합법인지를 떠나 국민으로부터 찬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정당성 확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SNI 기반 차단 기술이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SNI 차단이 이뤄진 직후 굿바이 DPI(Deep Packet Inspection), VPN(Virtual Private Network) 등을 통해 손쉽게 차단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VPN 등에 대한 이용률이 높지는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프로그램을 통해 손쉽게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중한 기자>leej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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