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몇 년간 국내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 중인 ‘중국 게임’을 두고 산학언(産學言)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KGMA. 협회장 이택수)가 지난 22일 서초구 더화이트베일에서 신년 토론회를 개최해 늘어나는 중국 게임 수입과 관련해 활발한 의견 교류가 있었다.

이처럼 산학언이 모일 만큼 늘어나는 중국 게임의 수입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업계가 억울한 상황에 놓여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지난 3년여간 별다른 이유 없이 국내 게임에 외자 판호(유통허가권)를 내주지 않고 있다.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만 추정할 뿐이다. 반면 중국 게임이 국내 진출할 땐 아무런 제약이 없어 현지 최고수준의 흥행작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 게임이 국내 빅3 업체의 지위마저 위협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

◆10년 전 중국에선 ‘韓 게임’ 대책 논의…전세 역전=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늘어나는 중국 게임 수입, 어떻게 봐야 하나’라는 신년 토론회 주제와 관련해 “중국 대신 한국을 넣어 ‘한국 게임 수입 어떻게 봐야 하나’로 바꾸면 10년 전 중국에서 열린 세미나의 제목”이라고 말했다.

위 교수는 “불과 10년 만에 (정반대의) 이런 상황이 됐다”며 “일본 반도체 산업이 한국에 밀려 거의 소멸했는데 한국 게임산업이 걸어가는 상황과 유사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위 교수는 “중국이 눈 건강을 해치는 산업을 규제하면서 게임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당분간 중국 사회주의 체제에서 규제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어서 그는 “마화텅(텐센트 창업자)과 마윈(알리바바 창업자)이 얼마나 (중국 정부를) 두려워하고 공포스러워 하는지 사회주의가 얼마나 강고한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지 규제가 민간과 상관없이 철저히 정치적 논리에 따라 진행되고 있음을 되짚었다.

◆‘한국 게임이 없다’ 퍼블리싱 업체의 속사정=중국 게임을 수입(퍼블리싱)하는 이승재 이앤피게임즈 대표는 중국 게임이 득세한 것과 관련해 나름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게임업체 수는 많이 줄었는데, 종사자수는 많이 줄지 않았다. 회사가 흡수되거나 정리되고 대기업에 종사자들이 합류했기 때문”이라며 “중견·중소 회사에선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 수가 급감하게 돼 부득이하게 중국 게임을 서비스할 수밖에 없다”고 속사정을 꺼냈다.

이 대표는 제한적인 국내 투자환경도 국내 게임의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거론했다. 그는 “의미 있는 실패를 수용할 수 있는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핀란드 정부에선 초기 개발자금을 많게는 7억원 가량을 지원하면서 대출이 아닌 형태로도 전환해 (상환) 의무를 없애주거나 후속 지원을 해준다. 그래서 핀란드에서 슈퍼셀 등이 나오는 게 아닐까”라고 장기적 관점의 투자 활성화를 주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이태희 게임본부 게임유통지원팀장은 앱애니 시장조사 결과를 들어 “매출 1위 게임의 수익이 5배가 늘고 톱100 매출의 총합은 1.7배가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며 “시장 성장분에 대한 빈익빈부익부의 강화, 승자독식 구조가 강화됐다”며 대형사로 쏠린 시장 현황을 전했다.

◆‘중국게임 수입 막아야 하나?’ 직접적 규제 아니더라도 대책 마련 절실=이날 토론회에선 중국 게임의 수입을 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전개됐다.

일단 직접적인 규제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정부 규제가 있더라도 다양한 우회 경로가 존재할 것이고 이용자들도 재미만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중국 게임을 계속 즐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또 정부 주도의 규제를 진행할 경우 무역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렸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민간 주도로 대책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위 교수는 “민관협력으로 발목을 잡거나 비(非)법적 규제를 통해 수입을 줄여야 한다”며 “FTA(자유무역협정)도 완전히 투명하고 자유롭지 않다. 각국이 비관세장벽을 가지고 대응하는데, 중국 업체가 구조적으로 서비스를 못하게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선 중국 게임업체가 앱마켓을 통해 직접 진출한 경우 국내 자율규제를 무시하거나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는 선정적 광고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위 교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사후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판호 재발급돼도 문제? “중국 현지서 성공 힘들다” 솔직한 평가=이승재 대표는 중국 PC방에서 시간대별로는 물론 PC 내 저장된 드라마 유무와 채팅캠 설치 유무에 따라 각각 다른 요금을 받는 것을 보고 “중국에선 유료와 무료를 접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고 전했다.

또 이 대표는 “중국이라는 광활한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서버 기술과 클라이언드 완성도가 높아야 하는데, 국내에선 너무나도 좋은 (네트워크) 환경에서 고퀄리티의 최신기술을 얘기하고 있다”며 “이게 상하이나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서 통할 수 있어도 (국내 기술로) 중국 전역을 커버하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이 대표는 “(중국 서비스를 위해선) 정말 많은 SDK(소프트웨어개발키트) 연동과 탑재가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 회사가 하기는 쉽지 않다”며 “중국에선 개발 소스를 넘기고 매출이 발생하면 로열티를 받는 방식인데, 국내 업체는 소스를 공유하지 않아 동일한 환경에서 경쟁해도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 교수는 “이제 중국이 모바일게임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미르(의전설)처럼 대박을 치긴 어렵다”며 “매출 톱100 안에만 들어가도 시장 규모 때문에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으로 다양한 게임으로 니치(틈새) 마켓을 뚫고 들어가 생존하고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을 가질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소박하고 겸허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희 팀장은 “한국 개발사들은 게임 시스템을 뜯어고치는데 소극적”이라며 “중국의 황야행동이 일본에서 1위를 하고 인도, 중동 등지에선 중국이 전략시뮬 장르로 1위를 한 번씩 찍었다. 같은 전쟁게임을 술탄의 전쟁으로 바꿔서 내는 등 현지화 준비를 잘해서 중국 게임인지도 모르고 받아들이게 된다. 포스트 차이나 전략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이러한 부분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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