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난 12일(현지시각) 델의 EMC 인수합병(M&A) 선언은 관련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델과 함께 EMC M&A 후보 가운데 하나였던 HP는 겉으로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양새지만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델이 EMC 인수를 위해 500억달러(한화 약 56조4149억원)를 빌렸는데 연간 이자만 25억달러(약 2조8192억원)을 내야한다”며 “서로 다른 경영 문화와 리더십 때문에 조직이 집중하지 못하고 흩어질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번 M&A에서 HP는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11월 1일 PC와 프린터는 담당하는 ‘HP Inc.’와 서버·소프트웨어를 포함한 ‘HP엔터프라이즈’로 분사를 앞두고 있어 적절한 자금 조달이 어려웠고 이후 1년 동안 구조조정을 비롯한 조직 통폐합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M&A가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EO가 나서서 조직 안팎의 분위기를 수습하는 모양새로 보면 썩 원하던 상황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델과 EMC의 결합에 대한 업계의 분석은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온도차가 있다. HP뿐 아니라 스토리지 업계 경쟁자인 넷앱은 이번 M&A에 대해 서로의 중복되는 제품과 서비스의 지속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고객의 필요가 아닌 낡은 사업 모델을 뒷받침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당장 서버는 델, 스토리지는 EMC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서로의 고객층과 유통망에 차이가 있어 중첩되는 제품이 있더라도 간섭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어떤 견해라도 가능성 높은 전망은 이번 M&A로 인해 이제까지의 경쟁 구도가 새롭게 재편되리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제로금리 기조와 함께 M&A를 가속화시키면서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끌어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델이 EMC를 삼킨 이유가 자회사인 VM웨어에 있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VM웨어의 주식은 트래킹주식, 그러니까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문을 떼어내 이 부분에 대한 주식을 따로 발행하는 형태를 취했다. 이에 따라 유동성이 좋아지게 되면 투자자 입장에서 더할 나위가 없다. EMC 대주주 가운데 하나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VM웨어 분사를 압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차피 이들은 실속 있는 알맹이를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을 요구해 차익을 따먹으면 그만이다. VM웨어의 시가총액은 320억달러(약 36조1344억원)에 이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IBM, 시스코를 비롯한 기존 IT 업체의 M&A를 연달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본다. 서버나 스토리지 모두 사업 전망이 그다지 밝지 못한 상황에서 경쟁자를 줄이는 일종의 ‘치킨게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제로금리와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움직임은 포화된 시장에서 어렵게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에게 있어 M&A를 고민하게 만들 원동력으로 충분하다. 특히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그동안 폐쇄적이었거나 주주환원 정책이 미흡한 업체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실제로 엘리엇은 “VM웨어의 트래킹주식을 받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성명까지 냈다.

이런 주변 여건이 IT 업계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성장정체에 빠져 있는 업체에게 새로운 전략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면서 시장을 이끌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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