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도대체 반올림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가.

삼성 직업병 논란의 당사자로 구성된 가족대책위는 10일 “삼성전자와 직접 합의하겠으니 조정을 보류해달라”고 밝혔다. 그러자 반올림은 11일 “실질적인 조정을 앞두고 다시 삼성과 직접협상을 하는 것은 모든 과정을 되돌리자는 것이어서 당혹스럽다”, “책임있는 자세로 조정에 임하라”고 말했다.

이 글을 접한 가족대책위는 별도 입장 발표는 하지 않았으나 “당혹스러운 건 우리”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직접 협상하겠다’는 가족대책위 발표에 앞서 반올림에 소속된 당사자 2명인 황상기, 김시녀씨는 반올림 홈페이지에 ‘거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8일 게재했다. 황씨는 “황상기, 김시녀는 7월 23일 조정위원회에서 낸 보상권고안을 거부한다”며 “피해자 마음을 담지 못 한 조정안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삼성은 피해자 노동력 상실분을 충분히 반영한 협상안을 마련해 피해자와 직접 대화에 임하기 바란다”고 썼다. 이 글의 파급력은 컸다. 황씨가 그간 함께해왔던 반올림 의견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반올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반올림 활동가와 당사자간 의견 차이가 심해 이 같은 결과로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게시판에 반올림 의견에 반대되는 글을 올렸다는 것은 갈등이 곪을 대로 곪아 표출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앞서 반올림에서 활동하던 6명의 이해당사자(송창호, 이선원, 김은경, 정희수, 유영종, 정애정)도 비슷한 과정을 겪은 뒤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를 꾸린 것이다. 반올림은 무슨 자격으로 가족대책위에 “책임있게 임하라”고 말하나? 

황씨의 행보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거부한다’는 글을 인용한 보도가 확산되자 9일 돌연 입장을 바꿨다. 글의 내용은 이렇다.

“황상기와 김시녀가 이 카페에 올린 글은 반올림과의 불화나 조정위원회를 거부하는 글은 아닙니다. 조정위원 권고안에서 보상안이 너무 작고 많은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 보상안을 현실에 맞게 올리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삼성은 피해자 구제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입니다. 재발방지와 사과도 충실해야 합니다.”

앞선 글과 뒤에 나온 해명 글은 아귀가 맞지 않는다. “거부한다”고 해놓고 “거부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삼성은 피해자와 직접 대화하라”고 해놓고 “피해자 구제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었다”고 했다. 말이 안 되는 해명이다. 반올림은 황씨를 어떻게 회유했을까. 황씨는 왜 그런 글을 올렸을까. 혹시 황씨는 그 글을 반올림 내부의 협상 카드로 활용했던 것인가? 이렇게 말을 자주 바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들이 누굴 돕나? 

가족대책위는 솔직하게 본인들의 요구를 말했다. 빨리 보상받고 싶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 일을 빨리 매듭짓고 싶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내놓기로 했다는 1000억원. 말이 쉬워 1000억원이지 한국 반도체 업체들 가운데 연매출이 1000억원을 넘는 기업이 얼마나 있나?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반올림은 무엇을 더 내놓으라는 것인가? 기어이 삼성 내부로 들어가거나, 문제가 매듭지어지는 것을 방해해 ‘영속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그냥 다른 직업을 구하라. 그렇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그렇다고 솔직하게 대놓고 밝혀라. “피해자”, “사회적 해결” 따위의 아름답고 듣기 좋은 말만 해대며 지난 8년간 쓰고 있었던 거짓 정의 가면을 벗으라는 얘기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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