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 칼럼] 덧없는 영광…통신장비업체들의 부침(浮沈)

2015.04.22 14:36:35 / 이경주 kyungjulee2020@gmail.com

한때 세계 최대 디지털 휴대폰 제조회사였던 노키아가 최근 알카텔-루슨트를 156억유로(한화 약 18.5조원)에 인수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격세지감의 소회가 들었다. 노키아는 이번 인수로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하게 됐다. 스웨덴의 에릭슨 40%에 이어 2위 규모로 중국 화웨이와 함께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의 3강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더이상 노키아는 휴대폰 업체가 아니고 직원 11만명의 거대 통신장비업체로 재편된 것이다.

노키아는 1865년에 핀란드의 제지회사로 출발했다. 고무, 타이어, 케이블, 전자회사 등 문어발식 경영으로 계속 승승장구해왔다. 그러나 1980년 말부터 경영 악화에 직면하게 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1992년 요르마 올릴라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후 노키아는 부진한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휴대폰과 통신장비 사업에 집중했다.

사업구조조정은 성공적이었다. 노키아는 유럽식 디지털 휴대폰인 GSM 단말기를 선점함으로서 아날로그휴대폰 1위 업체였던 모토로라를 제치고 2011년까지 세계 휴대폰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를 간과했던 노키아는 급격하게 휴대폰 분야에서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후 시장 주도권을 상실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2013년 9월 휴대폰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32억유로(4조2500억원)를 받고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노키아는 통신장비 전문가인 인도출신 라지브 수리가 CEO로 취임한 뒤 통신장비 사업에 집중했고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매출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덧없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노키아가 통신장비업체로 거듭난 것이다.

노키아에 인수된 알카텔-루슨트는 2006년 12월에 프랑스의 알카텔이 루슨트테크놀로지스를 인수해 설립된 회사다. 유럽과 미주 통신장비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앞서 알카텔은 1898년 파리에 설립된 전력회사로 1987년 미국 전화회사인 ITT를 인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부터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직원 수도 13만명에 달하는 등 전화망 최대 공급업체의 위용을 자랑했다.

루슨트는 1996년 미국의 최대 전화회사인 AT&T의 장비제조 사업부와 벨연구소가 분리돼 설립된 회사다. 특히 루슨트의 벨연구소는 1925년에 설립되어 수많은 특허와 노벨 수상자를 배출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통신 연구소로서 루슨트의 수많은 제품의 기반이 됐다.

통신역사는 1876년 2월 14일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특허권을 신청함으로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전화기는 수동교환기에서 자동교환기 시대를 거쳐 무선전화기, 인터넷 전화기, 스마트폰으로 발전했다. 유선전화기가 급속도록 확산되고 이어 휴대폰 보급률이 급증하면서 이들 통신장비 업체들은 최대 호황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기술발전으로 원가는 떨어지고 수요가 정체됨에 따라 사업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경쟁력이 없는 업체는 결국 시장에서 사라져야하는 잔혹한 운명을 맞이해야한다.

앞으로 5세대 이동통신, 사물인터넷, 차세대 인터넷 등 통신 분야에서도 많은 진화가 예고되고 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래흐름을 잘 간파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몰락하는 거대 통신업체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경주 본지 객원논설위원·(주)허브원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kyungjulee20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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