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사, 원치 않는 등장 ‘곤혹’…출자전환 보다 신규투자 우선 해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팬택이 생존 기로에 서있다. 팬택은 지난 3월6일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오는 7월4일까지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워크아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정관리다. 기업 특성상 법정관리는 사실상 청산이다. 호출기(삐삐)로 출발해 현대 SK텔레콤의 휴대폰 제조 사업을 인수하며 휴대폰만으로 연간 매출액 3조원까지 성장했던 회사가 23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팬택의 명운을 결정할 주주협의회는 ▲산업은행 ▲우리은행 ▲농협 ▲신한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 ▲국민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팬택 채권단인 9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돼있다.

산업은행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팬택의 워크아웃 방법은 무상 감자와 출자전환이다. 감자는 10대 1, 출자전환은 4800억원 규모다. 출자전환은 금융권이 3000억원 통신사가 1800억원을 부담하는 형태다.

감자는 전체 주식 총수를 줄인다. 자본금을 낮춰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인수합병(M&A)을 쉽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전체 주식 수가 적어지기 때문에 지분율 변화는 없다. 출자전환은 채무를 주식 즉 자본으로 전환하는 것을 일컫는다.

지난 1분기 기준 팬택의 주식 수는 5억2816만9664주다. 자본금은 2640억8500만원이다. 팬택의 부채는 9906억9200만원이며 자본잠식 상태다. 팬택의 5% 이상 주주는 5곳이다. 1대 주주는 퀄컴으로 지분율은 11.96%다. 2대 주주와 3대 주주는 산업은행과 삼성전자로 지분율은 각각 11.81%와 10.03%다. 농협이 4대 주주로 지분율은 5.21%다. 5% 이상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새마을금고는 지분율 12.07%지만 개별단위금고 지분 합계다.

현재 퀄컴이나 은행권이 팬택의 주요주주가 된 것은 지난 2007년부터 2011년 1차 워크아웃 때 감자와 출자전환 과정의 산물이다. 팬택 주식은 2007년 6월과 2013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20대 1과 4대 1 무상 감자를 거쳤다. 1차 워크아웃 이전 주주는 100분의 1로 재산이 줄어든 셈이다. 지난 6월까지 9차례의 출자전환과 2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이 대폭 떨어지고 출자전환과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가 주요주주가 됐다. 이번에도 계획대로 진행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 전체를 합쳐야 지분율은 5% 남짓으로 줄어든다. 주요주주는 은행권과 통신사가 된다.

계획을 보면 산업은행이 노리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통신사 고통 분담이다. 둘째는 신규 자금 부담 덜기다. 마지막은 워크아웃 무산 책임 회피다.

은행권의 자금 수혈은 신규 투자가 아닌 출자전환이다. 더 이상 빌려주지 않는 대신 못 받을 수 있는 돈을 주식으로 바꾸는 것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채무 전체를 출자전환 하는 것도 아니고 담보가 없는 무담보 채권 위주다. 그런데 팬택이 생존하려면 돈을 안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쓸 수 있는 돈을 쥐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통신사 출자전환의 역할은 여기다. 팬택이 앞으로 보조금으로 써야할 돈을 쓰지 않으면 신규 자금 확보나 다름없지 않겠냐는 계산이다. 팬택이 부도가 나는 것보다 살아있는 것이 통신사가 팬택의 재고처리에도 유리하니 동참하라는 것이 채권단의 제안이다. 통신사가 거절할 경우 우리는 3000억원을 지원하려 했는데 통신사가 1800억원을 투입하지 않아 워크아웃이 무산됐다고 책임을 덜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통신사는 곤혹스럽게 됐다. 연간 8조원의 마케팅비에 비하면 1800억원은 별 것 아니다. 하지만 기업 전략 차원서 보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통신사는 어떤 회사 휴대폰을 판든 상관없다. 가입자만 늘리면 된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채권단의 성화에 입점 업체 한 곳을 위해 투자를 하는 꼴이다. 다른 업체와 형평성도 형평성이지만 경쟁사와 동시 투자는 효용성이 없다. SK텔레콤과 KT는 있던 휴대폰 제조사도 팔거나 청산한 전례가 있다. LG유플러스는 팬택의 경쟁사인 LG전자의 관계사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금융권의 이번 계획은 신규 투자는 통신사에 떠넘기고 생존할 경우 M&A 등 과실은 극대화 하겠다는 속셈이 너무 훤히 드러난다. 팬택의 독자생존이든 M&A든 팬택 회생은 신규 투자 없이 쉽지 않다. 휴대폰 업계는 조금만 뒤쳐져도 따라 잡기 어렵다. 생존이 곧 경쟁력인 마당에 신규 투자 없는 기업 회생은 시간 벌기에 지나지 않는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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