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2시간만 기다려달라는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모른척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양반들(케이블TV SO)이 과연 공공재를 다루는, 보편적 시청권과 연관된 사업을 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 사업자인지 깊은 회의가 든다.”(최시중 위원장)

케이블TV 업계의 KBS2 재송신 중단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영업정지라는 초강수에도 불구, 방송은 재개되지 않고 있다. 신규가입자 모집이나, 광고영업을 할 수 없다는데도 방송을 재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케이블TV 업계가 영업정지, 형사고발 등에도 불구 KBS2 재송신 중단을 철회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다시 방송을 재개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라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이미 방송업계는 지난해 11월 HD방송 송출 중단 이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체험한 바 있다. 간접강제금만 쌓여갈 뿐이다. 방통위의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16일 전체회의에서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케이블-지상파의 재송신 분쟁과 관련해 시청자가 볼모, 인질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누가 시청자를 볼모로 잡고 있는지, 누가 인질범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공영방송, 무료보편적 서비스를 해야 할 KBS가 케이블TV에 대가를 요구했다는 사실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재송신 분쟁은 공영방송, 무료보편적 서비스, 시청자 권익 등 방송의 고귀한 가치를 넘어선지 오래다. 공영이던 상업이던, 재송신하는 SO 모두 돈이 걸린 싸움에서 우아한 척 할 수 있는 사업자는 없다는 것이 여실히 입증 됐다.  

그렇다고 수수방관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1차적 책임은 2년 넘게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민간 사업자간 협상에 깊게 개입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한, 그리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방송통신위원회에 있다.

1기 위원회에서 제도개선을 약속했지만 여태껏 제도개선이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견은 좁혀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데 방통위 수장인 최시중 위원장은 “협상은 원래 마지막에 되는 것”이라며 근거없는 낙관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방송정책을 관장하는 김준상 국장은 “방송중단 가능성은 없다”는 무책임한 말만 반복했다.  

여기에 16일 홍성규 부위원장은 2시간만 더 협상을 하면 타결될 것 같은데 케이블TV 업계가 방송을 끊었다고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과연 협상이 곧 타결된다는데 케이블TV 업계가 가입자 이탈, 영업중단이라는 부담을 안고 방송을 중단했을까?

한술 더 떠 지난주 케이블TV 업계가 16일 방송중단을 예고했음에도 불구, 최시중 위원장은 “이렇게 돌발적인 사태가, 갑자기 올 줄은 몰랐다”라고 말한다. 기자가 전체회의 이후 재차 “정말 예측 못했느냐”라고 물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언론을 통해 수차례 예고가 됐다. 기자 역시 관련 기사를 지난주 출고했고 (‘재송신 분쟁 중대기로…케이블TV, 16일 송출중단 검토’) 주말, 16일 오전 계속 확인을 했지만 케이블TV의 지상파 방송 송출 중단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런데 최 위원장은 도대체 어떤 보고를 받았길래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최 위원장은 16일 국군장병 위문차 강원도 양구를 방문했다. 나라지키느라 추운 겨울에 고생하는 군인 위문도 중요하다. 하지만 방송산업을 관장하는 방통위 수장이 방송 중단이 예고된 날 그 같은 외부일정을 갖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양구 군 장병들이 최 위원장이 방문하지 않는다고 아쉬워나 했을까.

최 위원장 역시 방통위의 2시간 협상연장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케이블TV 업계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을 포함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방송정책국은 하나를 알아야 한다. 방송업계는 2시간이 아니라 2년 넘게 방통위 때문에 속이 터졌다는 사실을.

방통위는 그 어떤 경우에라도 시청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당초 방통위가 약속한 제도개선만 이뤄졌어도, 책임을 물을 상대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책임부터 묻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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