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OTP 업계, 수익성 급속 악화

2008.06.13 14:07:39 / 이유지 yjlee@ddaily.co.kr

출혈경쟁·최저가입찰 이어져, 하반기 금융권 수요 급감 전망

일회용비밀번호(OTP) 솔루션 공급업체들의 수익성이 부쩍 악화되면서 적자경영에 내몰리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 이용자의 OTP 사용이 업계의 당초 예상만큼 확산되지 못한 데다 금융기관의 최저가 입찰, 업계의 출혈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반기부터는 금융권의 OTP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보여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OTP통합인증센터 운영사로 금융권에 OTP 솔루션을 공급해온 미래테크놀로지·인네트·인터넷시큐리티·트라이콤·OTP멀티솔루션 등 7개사 중에서 수익성 문제로 사업을 접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EMC 정보보안사업부인 RSA시큐리티의 제품 공급사인 트라이콤은 OTP 사업으로 인한 수익성이 올 2분기부터 급감하면서 사업 포기를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네트도 최근 지이앤에프를 인수했으며, 이후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자사의 보안사업부문(OTP)을 이 회사로 옮길 예정이다. 실질적인 영업은 자회사에서 맡고 OTP통합인증센터의 시스템 운영만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산 OTP 개발·공급업체 중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는 상황이다. 


◆OTP 기기 가격 3000원대로 급락 = 수익성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OTP 기기의 가격이다. 금융권의 OTP 도입 가격은 초창기 1만원대에서 7천원~1만원, 4천원~7천원으로 꾸준히 떨어졌는데, 최근 3000원대로 떨어졌다.


실제로 최근 일부 시중 은행들이 추가 도입한 OTP 기기의 가격은 3000원대로 나타났다. 


이같은 가격하락은 금융권이 최저가입찰 방식을 진행하고 있는데다,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일부 업체가 적자를 보더라도 스스로 출혈경쟁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환율 문제가 겹치면서 외산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경우에는 같은 수량을 같은 원화 가격으로 판매해도 수익이 떨어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련 한 업체 임원은 “가격하락이 지속되면서 최저가로 도입된 가격이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지경”이라면서, “현재는 버티는 수밖에, 뾰족한 방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 OTP 특수 끝났나’ 위기감=업계의 위기감이 더욱 커지는 이유는 향후 수요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업체들은 OTP 가격이 하락보다도 시장 수요가 확장되기는커녕 오히려 급감하고 있다는 것을 더욱 문제로 짚고 있다.


금융권 대부분이 지난 4~5월 ‘OTP 사용 의무화’ 시행 시기에 맞춰 추가 물량 확보를 마친 단계여서 당분간 큰 수요도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기업 OTP 시장도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더욱이 OTP 솔루션 업체들은 통합인증센터 운영계약을 위해 초기에 소프트웨어 임치금으로 1억 4000만원을 투입한 상태이고, 센터에 상주인력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비용으로 매달 250만원씩 내고 있어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가격이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더라도 많이만 사준다면 충분히 사업을 영위해나갈 수 있겠지만 현재는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어서 더 문제”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OTP통합인증센터를 운영 중인 금융보안연구원이 6월 9일까지 집계한 OTP 등록 건수는 331만 5000개다. 6월 11일 현재 발급 건수는 185만 개다.


금융기관들이 331만 여개의 OTP 기기를 도입했고, 아직 사용자에게 배포되지 않은 기기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금융감독원과 금융보안연구원이 예측했던 기업과 개인 인터넷뱅킹 이용자 300만 명 이상의 물량도 이미 금융권에 확보된 상태다.


때문에 현재 추가로 물량 확보를 진행 중인 몇 곳 외에는 추가 도입이 있더라도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고, 소량에 불과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업체들이 스스로 자정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출혈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을 타개할만한 금융정책당국의 지원이 아쉽다”는 표정이다.  


한 업계 사장은 “OTP 사용 의무화가 적용된 인터넷뱅킹 개인 고객, 즉 5천만원 이상 이체거래자는 2% 수준에 불과하고 70%의 이용자의 이체거래는 100만원 이하”라며, “정부가 통합인증서비스로 전체 전자금융에서 하나의 OTP를 사용토록 한 만큼 보안1등급을 5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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