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로 수렁에서 탈출한 델 컴퓨터

2008.04.09 20:24:19 / 심재석 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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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히어로즈(blog.it-hero.co.kr)’라는 블로그를 하나 개설했다. 3월 20일 윈도 서버 2008 신제품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블로거들의 관심을 이끌기 위한 이벤트성 블로그였다.

처음에 이 블로그가 개설될 때만 해도 블로고스피어에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의례적인 신제품 자랑이나 늘어놓으려니…’하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었다.

그러나 불과 50일만에 이 블로그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기간동안 이 블로그를 방문한 네티즌이 4만여 명에 달했고, 1000여 건의 덧글이 달렸다. 비즈니스 블로그에 이같은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히어로즈 블로그의 성공은 실제 신제품 출시 행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신제품 출시 전날 개최된 전야제에만 500명 이상이 참석했다. 블로그를 통해서만 알린 전야제 행사가 이렇게 성공적일 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물론 다음날 본 행사에도 너무 많은 고객들이 참석해 한국MS로서는 기쁨의 비명을 질러야 했다.

히어로즈 블로그 성공의 배경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기인한다.

히어로즈 블로그 운영을 책임졌던 한국MS 성경란 차장은 “과거 신제품 출시 과정에서 고객들은 그저 구경꾼에 불과했었다”면서 “그러나 이 블로그를 통해 고객들은 행사 준비를 함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성 차장은 “이 블로그에서는 일부러 신제품 소개나 회사 자랑은 자제했다”면서 “오히려 고객인 IT전문가들의 고민이나 경력관리 방법 등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은 MS 이미지 개선에도 큰 역할을 했다. 한국MS가 자체적으로 400여명의 블로그 방문자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80% 이상의 응답자가 히어로즈 블로그를 통해 MS에 긍정적 시각을 갖게 됐다고 응답했다.

원래 IT전문가들이 MS에 좋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히어로즈 블로그가 행사홍보뿐 아니라 브랜드 개선이라는 성과도 낸 것으로 해석된다.

소프트뱅크 미디어랩 류한석 소장은  “히어로즈 블로그는 고객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 엔지니어/개발자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됐었다”면서 “이는 한국에서 최초의 성공사례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래가 없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는 델 컴퓨터의 비즈니스 블로그 사례가 유명하다. 델은 2005년 고객 서비스가 형편없어졌다는 평판을 듣고 있었다. 이 가운데 파워 블로거 제프 자비스(Jeff Jarvis)는 개인 블로그인 버즈머신(BuzzMachine)에 1600 달러짜리 컴퓨터를 수리하기 위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지 글을 작성했다. 수십 번의 이메일을 보냈으며, 델 고객 서비스 라인에 전화를 해도 답변을 얻을 수 없었던 개인적인 경험을 올렸다.

평소에 블로그에 큰 관심을 쏟지 않았던 델은 이 블로그에 대해 이렇다 할 대응 수단이 없었다. 결국 블로그는 블로거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어 델에 치명타를 입혔다. 주가가 급락한 것은 물론이다.
 
델은 이후 많은 콜센터를 세우고, 고객의 전화를 받는 직원들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개선하겠다는 발표를 해야 했다.

이 사태를 통해 델은 블로거들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다. 이후 델은 원원(OneOne)이르는 블로그를 통해 블로거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일본에서 노트북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나 난 것이다. 델은 즉각적으로 리콜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앞서 개설한 블로그가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블로그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훨씬 손쉽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평소같은면 블로고스피어에서는 델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들도 기사를 작성하며 블로그들을 참조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기업 블로그를 보유한 델은 한층 유연한 대응을 하게 된다. 델은 블로그를 통해 노트북이 폭발할 것을 염려하는 고객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알렸다.

결국 노트북 폭발이라는 큰 사건에도 델은 치명타를 입지 않았다.

블로그를 통해 노트북 폭발이 델의 문제가 아닌 소니의 문제라는 점을 고객들에게 인식시켰기 때문이다.

에델만 이중대 부장은 "델은 블로그를 통해 고객과의 소통을 유지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평했다.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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