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공식홈페이지. 1938년 이후 독일이 조예선에서 탈락한 첫번째 사례임을 강조하고 있다. 27일 카잔에서의 대한민국 vs 독일 전은 충분히 역대급이었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그래도 축구는 아직까진 '인간의 영역'인것 같다. 침대가 과학이 아니듯 스포츠도 과학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통한 예측이 난무했지만 결과적으로 거의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가장 큰 예측 하나가 27일밤(현지시간) 완전히 빗나갔다. 

러시아 카잔에서 벌어진 F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독일이 대한민국에 0대2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대한민국이 독일을 이길 확률은 불과 5% 미만이었다. 스포츠는 현실에선 극복이 불가능한 수치를 가끔씩 뛰어넘는 마법을 부린다.  

축구 전문업체 '팀트웰브'가 구축한 빅데이터 기반의 승부 예측 프로그램인 '알파볼'의 예상도 빗나갔다. 알파볼은 F조의 16강 진출팀으로 독일과 멕시코를 예측한 바 있다.

승부 예측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의 한 수족관에서 신묘한 영험을 보였던 점쟁이 문어 '파울'. 만약 파울이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27일 카잔의 드라마를 예측했을까. 

아마도 '파올'이 태극기가 선명한 포트를 열고 홍합을 집어 먹었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 역시 이날 결과에 엄청 놀랐을 것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때, 독일팀 경기 결과를 신통하게 다 맞췄던 점쟁이 문어 '파울'. 네덜란드 - 스페인 결승전 결과까지 맞췄다. 그해 10월, 독일의 수족관에서 죽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기술, 그리고 각종 과학 도구들, 과연 스포츠에선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까.

그러나 인간이 '과학적'이라고 포장해 예측해 내놓는 결과물들은 사실 기존의 '관념적 관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독일', '힘있는 유럽 축구 스타일에 가뜩이나 더 약한 한국' , 이러한 관념이 결과적으로 하나 마나한 예측치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낸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대한민국의 승리확률 5%.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앞서, 외신에 따르면 독일 도르트문트공대와 뮌헨공대, 벨기에 겐트대학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인공지능 기반의 분석 예측치에서 스페인 우승확률 17.8%, 독일 17.1%, 브라질 12.3%로 예측했다. FIFA 랭킹과 인구, GDP, 선수 연령 등 축구와 관련한 온갖 데이터를 모아서 믹서기에 돌려본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천천히 뜯어보면 그 '그 축구와 관련한 온갖 데이터'라는 것이 축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인정하는 결과치에 수렴한다. 

한국에서 조기 축구를 하는 아저씨가 보더라도, 일단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스페인, 독일, 브라질 이 세팀외에는 마땅히 우승 후보를 꼽을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월드컵에만 나오면 항상 우승권 전력을 갖춘 이탈리아, 네덜란드는 지역 예선에서 탈락해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프랑스, 우루과이 등이 이 세팀과 그나마 대등하게 싸울 실력이고, 그외는 기대치가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다.  

▲SAP가 선보인 스포츠 분석 시스템 '스포츠원'


좀 엉뚱한 얘기지만, 어쩌면 이번 독일팀의 예선탈락으로 인해 속이 쓰린곳은 따로 있을지 모른다. 
독일이 내세우는 글로벌 IT기업 SAP다. 

SAP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손꼽아 기다렸다. SAP는 독일축구협회와 지난 2013년부터 협력해 'SAP 스포츠' 솔루션을 선보였다. SAP의 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을 활용해 독일 축구대표팀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팀은 챔피언에 올랐다. 이후 SAP에게는 독일팀의 선전이 더할 나위없이 좋은 홍보가 됐다. 2년뒤, 독일 축구 대표팀은 '유로 2016'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SAP는 지난 15일,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SAP 스포츠원(SAP Sports One)’ 솔루션의 혁신 기술들을 공개했다.

SAP와 독일축구협회(DFB)가 공동 개발한‘비디오 콕핏(video cockpit)’과 ‘플레이어 대시보드(player dashboard)’ 기능은 놀랍다. 

‘비디오 콕핏’은 실전 영상과 경기 및 훈련을 통해 수집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기능으로, 전력분석원이나 코칭스텝이 경기 패턴이나 성향 등을 분석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전략 구상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선수들도 연습시 ‘플레이어 대시보드’ 기능을 통해 개인별 분석 영상이나 정보 등을 각자의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SAP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인‘SAP 팀 원’을 통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의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를 간소화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이 SAP의 솔루션을 사용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 히딩크 감독 시절부터 노트북을 가지고 그라운드에서 지도하는 모습에 우리도 익숙해졌기때문에, 아마도우리 대표팀도 독일팀 못지않은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 결과치를 생산해 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독일의 탈락이 말해주듯 스포츠는 과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은 '과학적 우상'들이 깨지는 것에 사람들은 더 열광한다. 그리고 무모하더라도 그것에 도전하는 용기에 감동한다.  

비록 이번에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더라도 인구 40만의 소국 아이슬란드, 36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페루 대표팀의 열정적인 경기를 보고 사람들은 휠링을 받는다.  

매 경기 온몸으로 강슛을 막아낸 투혼의 수비 김영권, 믿을 수 없는 선방쇼로 두번이나 경기 MVP에 선정된 골키퍼 조현우, 탈진될때까지 그라운드를 뛴 문성민 등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여정은 끝났지만 아련하게 기억될 이름들이 많다. 

축구는 [때때로 과학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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