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UN,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제될 경우 남북 경제협력 및 북한개발의 본격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북미 양국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제공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 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70년 전 잔혹한 전쟁이 한국을 휩쓸었지만 전쟁은 곧 끝날 것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우방이 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실행하고 국제사회 일원이 되면 김정은 위원장은 잡지 못했던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 그리드 등 전력시장 수요 가능=미국과 북한이 정상 국가로서의 외교를 본격화할 준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어질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핵 폐기 비용을 부담하는 나라로 우리나라와 일본을 지목하기도 했는데 핵 폐기 비용에 대한 논란을 떠나 북한의 핵 폐기는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이미 주판알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4월 북한은 핵, 군사관련 문구를 빼고 ‘경제건설 집중’으로 정책노선을 전환했다. 그동안 핵무기 개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나고 경제발전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문수 교수는 11일 발간된 대한상의 브리프를 통해 “2016년 5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을 통해 우선적으로 전력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광산업, 기계설비, 농업, 국토관리(산림복구), 대외경제(수출, 외투유치) 5개 항목에 대한 과제를 구체화시켰다. 낙후된 전력, 철도 등 인프라를 강화하고 수입에 의존했던 소비재 및 중간재를 국산화시켜 북한 경제수준을 제고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다만 IT부분에서 직접적인 수혜가 당장 발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IT인프라는 사회간접자본의 가장 기본적인 밑바탕이자 디지털 혁신을 위한 첨병이지만 사회의 핵심 인프라인 만큼 쉽게 남의 손에 맡기기 어려운 부분이다. 

북한의 자체적인 ICT 역량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체계적으로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자체 태블릿,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는 여력을 갖추기도 했다. 다만 초기에는 SoC 부분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당장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부분은 북한의 전력 시장이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전 상영된 동영상에선 북한이 ‘전진’을 택한다는 것을 전제로 지도상에 어두웠던 북한지역에 전력이 들어오며 환하게 밝아지는 장면이 포함되기도 했는데 그만큼 북한의 전력 사정은 좋지 않다. 

따라서 효율적인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여기에 스마트 그리드 등 국내 기업들의 역량이 발휘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북한지역 에너지자립도 향상을 위해 남북 신재생에너지 협력방안 수립과 관련한 정책 연구용역을 공고한 바 있으며, 12일까지 연구용역 수행업체 신청접수를 받는 등 현재 연구용역 준비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관련 법령제도 개선, 단계별 시나리오 제시 등 남북 신재생에너지 협력과 관련된 사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통일사업부 이유진 연구원은 최근 ‘북한 과학기술기반 경제개발전략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4차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한 경제개발을 추진코자 하는바, ICT를 중심으로 하는 남북한 첨단기술개발구 조성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 창출 필요하다”며 “북한의 ‘과학기술기반 경제개발구상’ 우리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첨단기술산업 분야에서 접점이 있는 바, 첨단기술개발구 공동개발 검토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개성공단의 사례처럼 특수 업무지구를 통해 국내 IT업체들의 북한 진출을 점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진 연구원은 “첨단기술개발구 조성 후보지로는 개성 고도과학기술개발구, 평양은정첨단기술개발구, 파주 첨단산업단지 등을 들 수 있다”며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진출 촉진, 기술가치 평가시스템 구축 등 첨단기술의 테스트베드(Test-bed)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금조달 등 금융권도 분주=한편 향후 남북한 첨단기술개발구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및 금융지원 프로그램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통일사업부 이영석 연구원은 ‘북한 내 인프라개발 추진시 민간재원 조달 방안’ 브리프를 통해 한반도 화해 분위기 진전으로 대북제재가 해제되고, 남북 경제협력 및 북한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관련 자금수요 급증이 예상되며, 우리 정부의 재정부담 경감과 지속가능한 북한개발을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재원조달 방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금융경험을 활용하여 유망 벤처·중소기업을 발굴, 개발구 진출과 투자유치를 지원하기 위한 전용펀드 조성 등 추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17일 여의도 본점에서 ‘제8차 남북협력 자문위원회’를 개최하고 북한정책 연구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동북아연구센터’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남북경협에 오랜 경험을 가진 선도기관으로서 새로운 경협시대에 맞는 정책과 금융을 적극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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