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 이수환기자] 삼성전자가 전장부품업체인 미국 하만을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달러(약 9조3480억원)에 품에 안기로 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이번 M&A는 관련 업계에 미칠 파장이 상당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삼성전자가 새로운 성장 동력인 자동차 시장을 보다 진지하게 공략했다는 사실이다. 그룹 차원에서의 완성차 사업을 포기한 이후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으나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D램, 낸드플래시, 디스플레이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넥티드카, 스마트카,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가 IT 산업과 엮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동차 시장은 카르텔이 견고하다. 티어1부터 말단 협력사까지 거미줄처럼 복잡한 이해관계와 유통망이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해서 진입장벽이 높다. 자동차 반도체만 하더라도 상위 10개 업체는 순위(인피니언, 르네사스, NXP,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온세미컨덕터 등)가 바뀔지언정 이탈하거나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경우가 없을 정도다. 최근 퀄컴이 NXP를 인수하기로 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이 가운데 하만은 전장부품을 전문적으로 설계해 제조하면서 유통까지 하고 있다. 각종 오디오 브랜드는 덤이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는 알파인, 켄우드를 꼽을 수 있다. 티어1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면 보쉬, 델파이, 콘티넨탈까지 포함된다. 바꿔 말하면 삼성전자는 막강한 전장부품 유통망과 고객사를 한꺼번에 마련했다고 보면 된다.

2015년 구성된 전장사업팀의 역할도 한층 구체화됐다.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자동차 반도체를 포함한 전장사업은 구글, 애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장기적 전략을 가지는 것이 핵심이다. D램, 낸드플래시, 디스플레이, 시스템반도체 등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보다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가 티어1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현대모비스나 마찬가지라는 뜻.

◆티어1으로 급부상한 삼성전자=이번 하만 M&A의 또 다른 포인트는 방식에 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Samsung Electronics America, SEA)이 자회사를 만들고, 이 자회사를 하만이 M&A하는 역삼각합병으로 이뤄졌다. 역삼각합병은 대상회사가 양도 불가한 ▲독점사업권 ▲상표권 ▲제3자 동의가 없으면 양도할 수 없는 계약상의 권리 등을 갖고 있어 피인수 기업을 존속시켜야 할 때 이용한다. 주로 쓰는 방법은 아니다. 하만의 브랜드와 기술을 라이선스하고 있는 회사와의 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에서도 LG전자가 하만의 다양한 기술을 빌려 쓰고 있다.

단순히 영향력 행사를 위해서라면 지분 100%가 아니라 51%만 손에 넣으면 됐다. 굳이 돈을 더 들이고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지분관계와 함께 고객사와 유통망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당장 하만은 완성차로는 폭스바겐그룹(아우디)을 포함해 메르세데스벤츠, 피아트, BMW, 도요타(렉서스), 크라이슬러, 할리데이비슨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JBL,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AKG,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과 같이 대중에게 익숙한 오디오 브랜드에 가려져서 그렇지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보안 솔루션 등에서 입지가 탄탄하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영화관용 음향과 조명 기기,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규제당국의 심사와 절차 등을 거쳐 하만을 최종적으로 M&A하게 되면 LG그룹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장부품 사업에 진작 뛰어들었고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아우디, 도요타 등과 거래하면서 충분한 역량을 쌓아왔다. 스마트폰 사업이 주춤한 가운데 전장부품 사업이 충분히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각 계열사에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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